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시행, 가짜뉴스 근절인가 표현의 자유 위축인가

2026-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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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7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면 조용히 계산기를 두드려봐야 할 법 하나가 시행되었습니다. 이름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정식으로는 개정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법률 제21305호)이라 불리지만, 이 법이 실제로 겨냥하는 대상은 훨씬 구체적입니다. 뉴스를 만드는 기자, 콘텐츠를 올리는 유튜버, 브랜드를 대신해 말하는 인플루언서,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실어 나르는 플랫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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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릭 한 번에 값이 매겨지는 순간

법이 세상에 나온 배경은 단순합니다. 사실과 다른 정보가 조회수를 위해 편집되고, 그 정보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누군가의 명예와 재산을 갉아먹는 일이 반복됐다는 것입니다. 국회는 지난해 12월 24일 본회의에서 이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올해 1월 6일 공포를 거쳐 반년의 유예기간 끝에 오늘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법의 뼈대는 두 가지 개념을 새로 정의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사실이 아닌 경우를 '허위정보'로, 내용을 수정하거나 편집해 사실로 오인하게 만드는 경우를 '조작정보'로 나누고, 이 둘을 묶어 '허위조작정보'라 부릅니다. 다만 풍자와 패러디는 애초부터 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해 두었습니다.




e3d49df9ce61a.jpg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참고용 사진입니다.

구독자 10만이라는 숫자의 무게

이 법에서 가장 많은 시선을 붙잡은 대목은 '게재자'라는 개념입니다. 법은 정보통신망을 통해 사실이나 의견을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하는 일을 업으로 삼는 사람을 게재자로 규정하는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확정한 것으로 알려진 시행령 기준은 직전 3개월간 3회 이상 게시해 광고 등 수익을 얻는 자 중 구독자 10만 명 이상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 회를 넘는 경우입니다. 다만 이 수치의 확정 시점을 두고 보도마다 미묘한 온도차가 있어, 실제 적용 국면에서 세부 조정이 있을 가능성은 열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숫자로 선을 긋는다는 발상 자체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뒤집어 보면 크리에이터 이코노미가 이제 법적으로도 '업(業)'으로 인정받는 규모에 도달했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브랜드가 협찬을 맡기는 인플루언서, 시사 이슈를 다루는 1인 미디어, 리뷰 채널을 운영하는 크리에이터 모두 이 기준선 안팎에서 자신의 위치를 새로 가늠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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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5천만원, 10억 — 세 개의 숫자

법의 핵심 제재는 형사처벌이 아니라 돈으로 매기는 책임입니다. 고의 또는 과실로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손해를 끼친 경우 기본적인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고, 손해액 입증이 어려운 사안이라면 법원이 5천만원 범위 내에서 직권으로 손해액을 정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됐습니다.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앞서 말한 기준에 해당하는 게재자가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도'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유통해 실제 피해가 발생했다면, 법원은 인정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액을 정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유죄판결이나 손해배상판결, 정정보도청구 판결 등으로 이미 불법·허위조작정보로 확정된 정보를 2회 이상 되풀이해 유통하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최대 1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조항도 새로 생겼습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정작 새로운 형사처벌 조항은 신설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형사 쪽에서 바뀐 건 비방 목적 허위사실 명예훼손죄의 벌금 상한이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으로 오르고 몰수·추징 근거가 마련된 정도입니다. '근절법'이라는 이름이 주는 인상과 달리, 이 법의 실제 무게중심은 감옥이 아니라 지갑에 있는 셈입니다.


물론 안전장치도 함께 마련됐습니다. 공공복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보는 가중 손해배상 대상에서 제외되고, 정당한 비판·감시 활동을 방해할 목적으로 제기된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에 대해서는 피고가 법원에 중간판결을 신청할 수 있으며, 그 선고 시까지 소송절차가 중지되도록 하는 특칙도 담겼습니다.




494089aeefede.jpg이미지출처: 연합뉴스TV

신고 버튼과 삭제, 플랫폼이 짊어진 몫

하루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인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는 새로운 의무가 얹혔습니다. 허위조작정보 대응을 위한 운영정책을 마련하고, 신고 접수·처리 결과를 신고자와 게재자 양쪽에 통지하며, 6개월마다 투명성 보고서를 공표해야 합니다. 이 조치에 이의가 있으면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 산하 분쟁조정부가 조정에 나섭니다. 언론사가 플랫폼에 게재한 기사는 삭제 조치 대상에서 빠지지만, 언론사가 운영하는 SNS 채널의 게시물은 사정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실무적으로 혼선을 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사실 확인이 애매한 사안이라면 플랫폼은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흔히 IFCN이라 불리는 국제 인증을 받은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을 맺고 검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이 인증을 받은 언론사는 JTBC 한 곳뿐으로, 사실확인 권한이 사실상 한 곳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투명성센터'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독립성에 대한 물음표도 함께 따라붙습니다.




ebdced1abfacf.jpg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같은 법을 두고 갈리는 두 개의 시선

이 법을 둘러싼 온도차는 시행 직전까지도 좁혀지지 않았습니다. 한국기자협회는 시행 전날 성명에서, 어떤 법률도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운용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언론사가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와 법적 분쟁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위축 효과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방송기자와 PD 단체들 역시 권력 감시 기능과 표현의 자유가 훼손될 수 있다는 공동의 목소리를 냈고, 외신기자클럽과 국제언론인단체, 시민단체들도 개념의 모호함과 자기검열 가능성을 짚었습니다. 법의 철회를 요구하는 국회 국민동의청원에는 14만 명이 넘는 사람이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하는 위험은 '검열의 외주화'라는 개념입니다. 거액의 과징금과 법적 분쟁을 피하려는 플랫폼이 애매한 게시물을 먼저 내려버리거나, 인공지능 기반 사전 필터링을 가동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법원의 판단이 나오기도 전에 기업이 위험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표현을 걸러내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정당한 비판이나 풍자성 표현까지 방어적으로 걸러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이 논란은 국내에 그치지 않고, 미국 국무부가 표현의 자유를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하면서 통상 문제로도 번지는 모양새입니다.


반면 규제 당국과 법률 전문가 일각의 시선은 다릅니다. 허위조작정보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단하는 주체는 어디까지나 법원이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내용을 직접 심의하는 조항은 이 법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검열 우려가 과장됐다는 반론이 나옵니다. 헌법재판소가 과거 판례에서 '검열'을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발표 이전에 내용을 심사·선별해 발표 자체를 금지하는 사전 억제로 규정해온 만큼, 유통 이후에 작동하는 손해배상·과징금 제도를 곧바로 사전검열과 같은 층위에 놓을 수 있는지는 법조계 안에서도 견해가 갈립니다.




c08c4e1d72b1a.jpg이해를 돕기 위한 단순 참고용 이미지입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남은 숙제

법이 시행됐다고 해서 오늘 이전에 올린 게시물까지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헌법이 소급입법에 의한 처벌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문제는 어디까지나 오늘 이후의 행위부터입니다. 그리고 가중 손해배상의 문턱도 생각보다 낮지 않습니다. 단순히 틀린 정보를 공유했다는 이유만으로 5배 배상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허위·조작임을 알면서도 피해를 주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이 함께 확인돼야 합니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도 신고가 접수됐다는 사실만으로 곧바로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되는 것은 아니며, 단순한 의견 표명이나 비판, 정치적 주장 자체는 규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법이 크리에이터와 브랜드 담당자들에게 던지는 질문은 명확합니다. 조회수를 위해 팩트 확인을 미뤄온 관행이 있었다면, 그 셈법을 다시 짜야 할 시점이 왔다는 것입니다. 협찬 콘텐츠의 문구 하나, 경쟁사를 겨냥한 비교 게시물의 표현 하나가 이제는 손해액의 몇 배로 돌아올 수 있는 리스크가 됐습니다. 반대로 정직하게 검증된 콘텐츠, 출처를 분명히 밝히는 습관은 오히려 신뢰라는 자산으로 차별화될 여지가 생겼습니다.



Editor's Note

숫자로 시작해서 숫자로 끝나는 법입니다. 구독자 10만, 배상 5배, 과징금 10억. 이 세 개의 숫자만 따라가도 법의 얼개는 대략 그려집니다. 다만 아쉬운 건, 이 법이 겨냥한다는 자극적 콘텐츠 생산자와 이 법이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정당한 비판자의 경계가 생각보다 흐릿하다는 점이었습니다. 누가 허위를 판정하느냐는 질문에 아직 완벽한 답은 없고, 시행령의 세부 기준조차 보도마다 온도차가 있는 지금은 법의 실체보다 해석이 먼저 시장을 움직일 가능성이 큽니다. 콘텐츠로 밥벌이를 하는 모든 사람에게, 지금은 법 조문을 외우기보다 자신의 검증 습관을 먼저 점검해볼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 국가법령정보센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이유서 (제44조의10, 제44조의11, 제44조의24)
  • 법률신문, 「개정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허위조작정보 규제」 (율촌 기고)
  • 법률신문, 「개정 정보통신망법(소위 "허위조작정보근절법")의 주요 내용」 (태평양 기고)
  • 법률방송뉴스, 「개정 정보통신망법 내일부터 시행...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가」
  •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위한 새로운 제도 시행(7/7~)」
  • 뉴시스, 「허위조작 근절법, 논란 속 시행 'D-1'…남은 쟁점 3가지」
  • 한국일보, 「'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속…내일부터 허위조작정보에 '최대 5배 손배'」
  • 펜앤마이크, 「오늘부터 '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시행…"표현의 자유 위축" 우려 속 출발」
  • 미디어오늘, 「내일부터 '허위조작정보근절법' 시행…언론계 한목소리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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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확인이 애매한 사안이라면 플랫폼은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흔히 IFCN이라 불리는 국제 인증을 받은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을 맺고 검증을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이 인증을 받은 언론사는 JTBC 한 곳뿐으로, 사실확인 권한이 사실상 한 곳에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단체들의 활동을 지원하는 '투명성센터'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지원을 받는다는 점에서 독립성에 대한 물음표도 함께 따라붙습니다.